[기자회견문]

서울지방노동청 항의농성에 돌입하며

- 뉴코아․홈에버 농성장 폭력진압 사과하고 연행․구속자를 석방하라!
- 비정규직 대량해고, 외주용역화 자행하는 이랜드 문제 해결하라!
- 이랜드 사측 편드는 ‘자본부장관’ 이상수는 당장 사퇴하라!
- 비정규직 양산하는 비정규악법 폐기하라!


바로 어제(31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처참하게 끌려나오는 모습을 지켜본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오직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결행된 두 차례의 점거농성은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과 함께 강제로 막을 내려야 했다. 비정규악법으로 사태의 근본 원인을 만든 정부는 이를 사과하고 바로잡기는커녕 오히려 경찰력을 투입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폭력으로 짓밟았다. 사측은 조합원 1인당 1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와 함께 가압류를 진행하며 압박하고 있다. ‘인권의 마지막 보루’를 자임하는 사법부는 매장 주변에서의 현수막 부착과 피켓 게시마저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으로 매장 점거투쟁을 방해하며 사측의 노동권 탄압에 일조하고 있다. 투쟁에 앞장 선 노동자들은 감옥에 갇혀 있다.

노동기본권의 하나인 파업권을 행사하는 것이 범죄로 단죄 받는 사회, 자신의 사업장에서 동료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동참하자는 의사 표현의 형식마저 재단하며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를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이랜드 사태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노동부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이곳 서울지방노동청을 점거하고 농성을 시작한다. 우리는 아래 우리의 요구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임을 확신하며 이것이 관철될 때까지 점거농성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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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뉴코아․홈에버 농성장 폭력진압 사과하고 연행․구속자를 석방하라!

경찰은 두 차례의 점거 파업 초기부터 농성장 주변을 차벽을 이용해 바리케이트를 치고, 대규모 병력을 이용해 사람들의 자유로운 출입과 기초적인 물품의 반입을 제한했다. 이것도 모자라 사측은 아예 농성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과 방화 셔터문을 산소용접으로 폐쇄하면서 농성장을 거대한 지하 감옥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다. 농성 노동자들이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외부에 알리는 것은 파업권의 전제 조건이다. 경찰과 사측이 자행한 사실상 감금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점거파업을 약화시키고 많은 민중인권사회단체들이 보내고 있는 연대의 끈을 잘라내기 위한 파업 파괴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

이것도 모자라 경찰은 지난달 20일 아침과 31일 새벽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농성 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강제 연행했다. 노무현 정권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여성 비정규노동자들의 피맺힌 절규를 군화발로 깔아뭉갰다. 또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등 3명의 노동조합 지도부를 구속했다.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에 못지않은 노무현 정권의 이러한 야만적 폭거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노무현 정권이야말로 비정규직을 대량 양산하고 그 투쟁을 폭력으로 유린한 ‘비정규 노동자 학살정권’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랜드 노동자들의 투쟁은 교섭 요구와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찬반투표와 파업돌입 선언까지 다 거친 합법 파업이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대표이사가 교섭에도 나서지 않았고 파업 중에도 매장은 정상 운영됐다. 이러한 막다른 골목에서 노동자들이 선택한 매장 점거는 생산의 중단이라는 파업권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쟁의행위의 하나일 뿐, 국가가 형벌권을 멋대로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정부가 뉴코아․홈에버 농성장에 대해 자행한 폭력진압을 사과하고 연행자와 구속자를 당장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

둘째, 비정규직 대량해고, 외주용역화 자행하는 이랜드 문제 해결하라!

이랜드사태에 대해 그동안 정부와 이랜드 그룹이 보인 대응방식은 한국 사회 노동기본권,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이 처한 남루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랜드 그룹은 7월 비정규법 시행에 맞춰 올초부터 계약직 노동자들을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대거 해고했고 이들이 맡던 업무를 외주화 하려 했다. 뉴코아-이랜드 일반노조가 이에 항의하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인 채 해고와 외주화를 착착 진행시켰다. 하지만 경영을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포장된 외주화는 노동조건에 대한 사용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동안 거듭 계약을 갱신해왔던 이들 계약직 노동자들은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계약기간 만료’라는 ‘사형선고’를 받고 매장 계산대에서 밀려났다. 이런 상황을 참다못한 노동자들이 마지막 방법으로 매장 점거를 선택한 것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자 파업권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인권옹호활동이다.

뉴코아의 경우 사측은 비정규직의 해고 시기를 마음대로 정하기 위한 ‘0개월 계약서’, ‘백지 계약서’를 강요했지만 노동부는 ‘처벌의지’만 밝혔을 뿐이다. 홈에버의 경우 이미 단체협약에 ‘18개월 이상 근무시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사측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한지 오래다. 또한 이랜드 사측은 교섭 장소를 문제 삼거나, 아예 대표이사가 교섭에 나오지 않는 등 불성실로 일관했다. 이런 행태가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자 사측은 교섭에는 참여하되 노동자들의 요구와는 한참 못미치는 협상안을 ‘양보’라는 이름으로 제시하면서 여론 호도에 골몰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랜드 사측은 직원을 동원해 '비정규직을 해고한 적이 없다', '노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등의 전단을 살포하고 모든 일간지에 이러한 내용의 광고를 실으며 여론을 호도하고 시간끌기로 버티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부는 이랜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교섭마저도 거부한 이랜드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작업 현장을 점거한 행위를 ‘불법파업’으로 단정 짓기까지 했다. 게다가 노동부는 1차 침탈 이후 그전까지 보였던 ‘대화 중재자’의 모습까지 벗어 던지고 ‘우리가 할 일은 없다’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노동부가 대량해고와 외주화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입장에 서서 이번 이랜드 사태의 해결에 당장 나설 것을 요구한다.

셋째, 이랜드 사측 편드는 ‘자본부장관’ 이상수는 당장 사퇴하라!

노동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비정규악법을 강행 통과시킴으로써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이다. 하지만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이랜드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사측을 비판했다가 며칠 뒤에는 또 "노조의 요구가 무리하다"며 사측을 비호함으로써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달 18일 노사 교섭을 앞두고 '결렬되면 공권력 투입'을 운운함으로써 노동자들을 협박한 주범이 바로 이상수 노동부장관이다.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중재를 한다면서 실제로는 사측의 편에 서서 점거농성을 해제할 것만 요구했고,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해서 힘없는 노동자들을 연행하기에 급급했다. 사측은 이러한 점을 노려서 의도적으로 교섭에 임하지 않거나 교섭에 나서더라도 노동자들에게 ‘백기투항’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동부는 교섭에 나서야 할 노동자 대표에 대한 신변보장까지 거부해 사측과 함께 교섭 파탄에 일조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장관은 '제3자개입' 운운하면서 전국적인 불매운동을 비난하는 등 독재시대에나 있을 망발을 하기도 했다.

이랜드 사태에 대해 노동부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옥죄고 일방적으로 사측의 편을 듦으로써 사태를 악화시켰다. 노동자의 권익을 옹호한다고 자임해온 노동부는 ‘공적인 권력’이 요구받는 최소한의 수준인 ‘공정한 조정자’로서의 역할마저 포기하는 최악의 행태를 보였다. 이런 점에서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이상수 노동부장관을 ‘자본부장관’으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

넷째, 비정규직 양산하는 비정규악법 폐기하라!

뉴코아-이랜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7월 1일 시행된 비정규악법에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를 한다고 만든 비정규직법은 실제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와 계약해지, 외주화로 내몰고 있는 ‘비정규직 양산법’이자 ‘비정규직 학살법’이다. 자본 측은 2년 이내에서 맘대로 계약직, 파견직 노동자들을 활용하는 수단으로 비정규직법을 이용하려 한다. 일각에서는 2년 이상 일한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는 조항을 피해가기 위해 ‘무기계약제’, ‘분리직군제’와 같은 무늬만 정규직인 비정규직 고착화 방안을 도입하기도 한다. 뉴코아의 외주화와 홈에버의 직무급제는 비정규악법의 본질을 드러내는 실제 사례이다.

비정규악법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에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거세지자 자본과 정권이 비정규직 철폐 요구를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방편에 불과하다. ‘차별해소’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 자체를 정당화하는 이 악법의 문제점은 이번 이랜드 사태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하지만 비정규악법을 통해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태를 만든 장본인인 정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를 하기는커녕 노동자들을 경찰병력으로 진압하고 투쟁을 무력화 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악법의 즉각 폐기와 함께 비정규직을 당연시하거나 불가피하게 보는 그 어떠한 법제도에 대해서도 대수술에 나서야 할 것이다. 기간제 고용의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비정규직의 다수를 차지하는 계약직 노동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또한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노동자를 주기적인 해고 위험에 빠뜨리는 파견법을 폐지하는 일이야 말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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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권활동가들은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이 눈앞에서 말살되는 참담한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1987년 민중의 힘으로 군사독재를 극복한 한국 사회는 20년이 지난 지금 바야흐로 자본독재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인간의 권리가 자본의 욕망에 짓밟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를 경쟁과 효율이라는 칼로 찢어버리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는 시대를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비장한 각오로 이곳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점거농성을 지속할 것이다.

2007년 8월 1일

인권활동가 일동